Archive for April, 2008

    Sphere를 읽기 시작했다

    바쁜 겨울과 년초를 보내고 드디어 읽고 싶었던 책들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만족할만한 속도와 정성으로 책을 읽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권씩 한권씩 읽어가는 기분이 좋다. 정답만이 적혀 있는 것 같은 피터 드러커의 ‘비영리단체의 경영’이라는 책은 모조리 교과서 같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사람들의 실례와 드러커의 겸손한 태도, 훌륭한 아이디어로 인해 배울 것이 많은 책이었다. 그 책을 내려놓고 이제 ‘국제 긴급구호활동 지침서’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Sphere Project’를 꺼내 들었다.

    ‘Sphere’는 두 가지 기본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첫째, 재난과 분쟁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재난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 역시 삶의 존엄성을 영위하며 살아갈 권한이 있으며 따라서 원조를 받을 권리 또한 있다는 것이다. ‘Sphere’는 핸드북임과 동시에 협력과 과정, 그리고 삶의 질과 책임에 대한 노력의 표현이다.

    해외원조단체협의회에서 책을 번역하면서 1부 The Sphere Project 외에 2부 민간단체의 해외 긴급구호사업, 3부 응급처치 및 소방안전 부분까지를 포함했지만 아마도 1부만 읽고 끝낼 것 같다. 거기까지 다 읽기에는 시간이 없다. 통독하는 힘도 길러야 겠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모든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최소기준
    2. 물 공급, 공중위생, 개인위생 증진에 관한 최소기준
    3. 식량확보, 영양, 식량원조에 관한 최소기준
    4. 피난처, 정착촌 및 비식량 물자에 관한 최소기준
    5. 보건 서비스에 관한 최소기준 이다.

    어떤 최소기준을 갖고 긴급구호 활동을 펼쳐야 하는지, 더 크게는 원조활동을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내가 너무 메뉴얼 신봉자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결국에 일을 가장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잘 정리해둔 교과서를 따르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아직 젊을 때는 우선 다른 사람들의 방법을 잘 따라해볼 필요가 있고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 때가 되어야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을 더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메뉴얼을 꼼꼼이 읽어보기로 했다. 이제 시작이다.

    사리로 콜레라를 줄일 수 있다

    TV 채널을 돌리다 부동산 TV - RTN에서 MBC의 ‘W’와 비슷한 방송을 하고 있어 잠깐 멈춰보았다. 방송의 내용은 콜레라 발병율이 매우 높은 방글라데시에서 콜레라 발병율을 절반으로 줄인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차차, 그 동안 어마어마한 재정을 들여 물을 정수하거나 콜레라 예방 의약품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낡은 옷을 필터로 사용해 콜레라를 막을 수 있는 간단한 것이었다.

    미국 메릴랜드대 리타 콜웰 박사는 방글라데시의 65개 마을에서 낡은 사리를 필터로 사용한 결과 콜레라 발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깨끗한 물로 사리를 씻은 후 햇볕에 잘 말리고 사리를 4번에서 8번을 접은 후 물병에 씌워 물을 담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콜레라균을 모두 걸러내지는 못하지만 식수에 들어 있는 콜레라균의 수를 현저히 줄여 콜레라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새 옷보다는 헌 옷이 더 효과가 좋은데 낡은 천의 실이 갈라지고 느슨해지면서 실과 실 사이의 구멍이 새 옷보다 더 좁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디어가 없을 때보다 오히려 그것을 실행할만한 능력이 없을 때가 더 많다.”

    제가 방송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꼭 대학교수가 찾아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해결책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을까? 그 동안 이 방법을 시도해본 사람은 없었을까?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과 전략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혹시 이게 언제쯤 나온 연구결과인지 검색해봤는데, 무려 2003년 신문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닌겠습니까? 이런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미 5년 전 뉴스라니!! 저도 참 어설프긴 어설픈가 봅니다.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나중에 방글라데시와 같이 콜레라 발생이 많고 사리를 입는 곳을 여행하게 된다면 사리로 한번 물을 걸러 먹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면 창의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또, 작은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만한 능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 또한 그런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만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만한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책도 많이 보고 생각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이 하시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