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December, 2007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의 이해

    개발원조와 국제협력의 이해교육 일곱번째 시간은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긴급구호의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월드비전 긴급구호팀 정지선 간사님의 강의였습니다. 나름대로 국내에서는 긴급구호에 대해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단체이기도 하고 구호활동가로 유명한 한비야씨가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에서 진행한 강의여서 많은 기대를 가졌었는데, 기대만큼은 미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구호활동으로 시작한 월드비전의 노하우와 새로운 흐름에 대해서 들을 수 있어서 만족스런 강의였습니다. 강의는 인도적 지원과 개발원조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시작해서 구호사업의 국제적 맥락과 표준등을 소개한 후 단계별 진행상황과 월드비전의 조직 및 체계에 대해 소개한 후 주의 사항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긴급구호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면서 개발원조와 인도적 지원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이전부터 구호라고 불리우는 활동은 개발과는 달리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과 사람들의 일시적인 필요를 채우는 것으로 개발은 저개발 상태를 개발 상태로 전환하는 장기적인 활동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월드비전에서는 구호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개발과는 구별되는 구호를 대체하는 용어로 사용되지만 동시에 구호에서 개발로 이어지는 활동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단지 식량과 물품을 던져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회복과 복구 과정을 거쳐 개발 단계에까지 이르도록 하는 모든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긴급구호는 위기발생국가의 지역사회, 정부, 군대, NGO와 지원국의 정부, 기업, NGO, 언론 그리고 UN 평화유지군이나 다양한 UN기구들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사업이며 이를 위한 기초적인 국제적 가이드라인도 이미 존재합니다. Sphere, Code of Conduct, UNHCR Handbook for Emergencies 등이 그것입니다. 아직 모든 내용을 보지는 못했지만 UNHCR의 핸드북은 한번 읽어봤는데, 그 곳에는 아주 자세하게 긴급상황을 인식하는 단계의 기준에서부터 구호활동시 지역사회 규모에 따른 피난처 확보와 식량, 수도, 보건의료 등의 구체적이고 꼼꼼한 내용들이 들어있습니다. 이는 실행 NGO들의 역할과는 다른 UN 차원에서의 접근을 담는 내용이라 그런지 꽤 폭넓고 통합적인 계획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핸드북이라면 마땅히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을텐데 제가 보기에는 그것도 꽤 복잡한 암기거리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스피어 프로젝트에서는 구호의 영역을 물 공급, 공중위생 | 보건 서비스 | 피난처, 비식량 물자 | 영양, 식량원조, 식량확보 등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인구수를 고려해 물의 공급량과 수질을 확보하며 하수도 시설과 배설물 처리, 병원과 약국 등의 운영과 약품의 보급, 도로와 녹지 식량저장소 등을 고려한 정착촌의 설계와 건축, 식량을 확보하고 영양실조 등을 막기 위한 식량배급에 관한 구호활동의 최소기준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긴급구호 활동가는 쌀과 밀, 기타 곡물의 부피와 칼로리를 미리 파악하고 인구를 고려해 식량을 충분히 나를 수 있는 트럭의 대수와 트럭이 다닐 수 있는 정착촌의 도로와 주택 설계, 그리고 식량을 저장할 수 있는 창고의 높이와 규모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긴급한 현장에서 매뉴얼을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군대에서 훈련을 했던 것처럼 여러번 실행해보면 그것도 익숙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전에 긴급구호에 대한 월드비전의 강의자료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거의 똑같은 슬라이드가 강의자료로 제시되었고 강의의 흐름을 강사 스스로가 소화해내지 못한 것처럼 어수선한 분위기 였다는 것입니다. 중간에는 한글화 되지 않은 슬라이드가 2장 포함되어 있었는데, 국제적인 단체로서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그 노하우가 오히려 월드비전 조직 내에서도 충분히 소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인도적 지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의 평가를 웹 상에 올린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제 블로그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는 것이 더 부담스러워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스피어 프로젝트를 한번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조 활동 중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가는 긴급구호이긴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활동이 많은 것도 사실이며 그래서 그것보다는 오히려 예방활동에 더 집중해야 하며 환경문제에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또한 지역사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복구과정까지 확실히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고 매뉴얼을 따라 구호활동을 하겠지만 매뉴얼에 들어 있지 않은 문화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글을 쓰면서 계속적으로 인도 쓰나미 피해 당시 많은 정부와 NGO들의 구호활동이 오히려 불가촉천민에 대한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보고서에 관한 내용이 생각났고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정당하고 바른 것일까?’ 라는 의문에 휩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