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강남 센트럴시티 영풍문고에 책 구경 하러 갔다가 시선을 끄는 제목이 있어 덥석 집어들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더 저렴하게 적립금까지 쌓을 수 있지만 돌아오는 길에 전철에서 바로 읽고 싶은 마음에 주저 없이 매장에서 구매해버리고 말았다. 2000년에 초판 발행된 책인데 번역과 출간하는데 7년이나 걸리다니… 세계의 기아 문제를 알리는 것보다는 손익분기점을 먼저 생각했기에 7년을 기다렸겠지…장 지글러 스타일대로 말해본다면, “이와 같은 일은 자본의 움직임 앞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내다 팔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출간되어서 다행이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서점에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반 UN 사무총장의 영향인지 UN의 일들에 대한 관심과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많이 높아진 것 같다. 서점을 둘러보니 기아에 관한 신간이 이 것 말고도 하나 더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댄 인간의 존엄성을 내다 팔려는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지구의 식량 생산량은 지구 인구가 모두 소비하고도 남을 만큼이지만 세계의 절반은 식량이 없어 굶주리고 있다는 아이러니)이었지만, 세계 많은 나라들의 구체적인 배경과 기아의 원인에 대해서는 들어볼만한 통로가 없었는데 장 지글러는 FAO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아들과의 대화체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선진국의 소들은 배부르게 먹고 있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남미의 어린이들은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거나 비타민 A 부족으로 실명하거나 산모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모유수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정상적인가? 자유롭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권리가 식량을 확보하고 생명을 유지할 권리보다 앞서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대답을 던져준다.

또 다른 차원의 지구적인 연대의식

개인이 갖고 있는 세계관에 따라 동의 할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식량권이 자유방임보다 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싱턴합의와 신자유주의 때문에 굶어 죽는 사람에게서 식량을 빼앗을 수는 없다. 생명을 유지할만한 식량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자유롭게 부를 축적할 권리보다 앞서야 한다는 의견은 인간이기 때문에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의 존엄성을 보호할 연대의식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말이다. 장 지글러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연대의식이 국가가 생겨나면서 서로 알지도 못하고 평생 한번도 마주치지 않을 사람들에게까지 넓혀졌다면 좀 더 세계화된 지금은 또 다른 차원의 지구적인 연대의식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막화로 인한 환경난민

한 가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사막화를 비롯한 환경재앙으로 인해 기아로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굉장하다는 것과 그들을 보호해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주거를 잃게 된 사람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처럼 사막화로 기아의 상황에 놓이게 된 사람들도 난민으로 인정해 국제적인 구호가 그들에게도 전해지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축복할 수 있는지? 또는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마음을 어렵게 하는 책

책을 읽고는 후배에게 빌려줘서 정확한 통계자료를 사용하거나 생생한 발췌를 할 수 없지만, 최대한 책을 이해한 범위내에서 리뷰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표지 모델이 된 아이에게 초상권에 대한 충분한 댓가가 지불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고 동정심을 자극하기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괜찮은 책이니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기아나 빈곤 국제관계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코딩하고 있는 공대생이나 개발자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일테구요. 마음은 어려워져도 머리를 어렵게 하는 책은 아니니 반 나절도 안 걸려 읽을 수 있을겁니다.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의 스위치를 끄듯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부디 내 생활 중 하나라도 그들을 위해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작은 것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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