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머무는 동안 카이로에는 조류독감 때문에 웃지 못할 사건들이 있었다. 조류독감으로 의심되는 닭이 죽자 다른 닭들도 다 도살될까? 염려해서 몰래 나일강에 버렸던 사건이었다. 그 때문에 한참을 수도물로 뭘 만들어 먹지 못했고 양치를 하면서도 어찌나 찜찜하던지 왠만하면 정수를 해서 하긴했는데, 그것도 제대로 걸러질라나 걱정이 많았다. 또 이집트에서는 양계장이 아닌 집에서도 몇 마리씩의 닭을 키우고 있었고 조류독감이 발생하면서 양계장이 아닌 곳에서 가금류를 키우는 것이 금지되었는데 이 때 자신의 가금류를 도살하기 아까워 몰래 방에서 안고 키우던 한 여인이 조류독감1 에 감염돼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KFC는 어찌나 한산하던지 덕분에 맥도날드만 북적댔었고 또 몇 주 동안 시장에서도 닭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외신에 김치가 조류독감을 예방한다는 기사가 났고 김치 덕분에 한국에는 조류독감에 걸린 사람이 없었다고 학원 친구들은 도대체 김치가 어떤 음식이냐고 물으며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지난주 초 19일~22일 동안 전북의 익산시 함열읍의 한 농장에서 조류독감으로 의심되는 닭 6,031마리가 자연 폐사했고 이에 농장주가 22일에 검사를 의뢰했고 이를 조류독감으로 판정하고 22일 농림부는 ‘주의단계’의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23일 종란 600만개를 폐기처분하고 AI방역대책본부는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25일 닭 6,300마리와 개 2마리를 도살처분하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혈청형 H5N1로 판정하고 통제구역을 반경 3km에서 10km로 확대했다. 26일에는 닭 75,500마리를 도살했고 26일~28일까지 닭 186,700마리 개 677마리, 돼지 300마리를 도살할 방침이라고 한다.

또한 24일에는 양평군의 한 농장에서 800여 마리의 닭이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이에 앞서 경기도는 평택시에서도 280여 마리의 닭이 집단폐사하자 이를 모두 땅에 묻고 방역을 강화한바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 두 곳은 모두 고병원성과 달리 폐사율도 높지 않고 전파력도 약한 저병원성2 조류독감으로 판명되어 살처분이나 주변농장 방역등이 필요없다고 한다.

H5N1의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하기는 2003년 12월3 이후 국내에서는 두번째이며 농림부는 방역비와 양계농가 지원, 닭값 안정 등을 위해 사업비 400억원가량을 긴급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라북도의 요청에 따라 익산시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행이도 보건복지부는 농장 주인과 농장에 출입했던 10여명을 검사해본 결과 조류독감에 전염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H5N1 조류독감에 감염된 가금류와 접촉을 할 경우 사람에게도 전염될 위험이 있으며 이 바이러스가 변종되어 사람과 사람으로 전염이 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어 국제적으로도 조류독감 방역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2003년에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했고 전세계적으로는 153명이 사망했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경우가 감염된 가금류와의 접촉으로 사망한 경우라고 한다.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긴 하나 경계지역 밖의 익산지역 양계업과 주변의 축산업계는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인근 주민들에게는 지하수에 대한 오염 또한 걱정거리라고 한다. 또한 익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최대 양계업체인 하림은 20% 정도 주문 감소와 150억원 정도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감염된 닭이라해도 75도 이상의 온도에서 5분 이상 끓이면 완전 살균되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감연된 닭으로 조리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먹는 건 안전해도 접촉하는 건 위험한데…

블로그가 과연 미디어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을까? 1주일 동안 그래도 기존 언론들은 이 사안을 중요하게 다룬 반면 올블로그, 미디어몹, 블로그플러스, 이올린에서는 관련글을 잘 보지 못했습니다. 이미 외신들에서도 한국의 조류독감을 정부의 대처를 중심으로 자세히 다룬 것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느껴집니다. 블로그가 타블로이드 신문만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을거라 생각하는데, 요즘 이올린을 보면 좀…가끔은 Economist보다 나은 기사도 BBC보다 잘 정리된 기사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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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새의 배설물이나 호흡기 분비물 등을 통해 닭이나 오리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질환. 철새는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닭·오리 등 가금류는 감염되면 2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폐사한다. [Go back]
  2. 저병원성 조류독감은 국적으로 축산물 교역에 제한이 없는 질병이라고 한다. [Go back]
  3. 당시에는 전국 10개 시도 19개 농가에 퍼져 닭과 오리 53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고 1,5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Go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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